본문 바로가기
글쓰기

이야기를 창작하는 연습법

by goro 2022. 7. 31.

이야기를 창작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연습 방법 하나를 소개한다. 바로 음악 플레이리스트를 이용해서 하나의 서사를 완성해 보는 것이다. 방법은 간단하다. 일단 무작위로 음악 리스트를 선정한다. 혹은 자신이 평소에 듣는 플레이 리스트 중 하나는 선택하는 것도 가능하다. 그리고 선정된 리스트를 가지고 이야기의 서사를 한번 만들어 보는 것이다.

 

나는 음악 사이트에 들어가 DJ가 선정한 플레이 리스트를 살펴보았다. 그 가운데 마음에 드는 플레이리스트를 골랐다. 내가 선택한 플레이리스트는 한 DJ가 선정한 랜덤 음악 플레이리스트였다.

거기에는 대략 406개의 수록곡이 담겨 있었는데, 난 그 가운데 20개의 음악을 선택했다. 선택 기준은 그냥 마음에 들거나, 제목이 길거나 하는 식이었고 길게 생각하지 않은 채 직관적으로 골랐다. 내가 고른 20개의 음악을 나열하면 다음과 같다.

 

  1. 나의 머리는 녹색
  2. I Don’t Lie
  3. 시행착오
  4. 밤하늘의 저 별처럼
  5. 돌아갈 순 없을까
  6. 치열
  7. 사라진 모든 것들에게
  8. 입김
  9. 그렇게 너에게 도착하였다
  10. 이 마음이 찾아오면
  11. 나의 오늘이 너의 오늘을 만나
  12. 악당 퇴치
  13. 못된 놈
  14. 굳은살
  15. 너의 마음이 궁금해
  16. 시간은 거꾸로 흐른다
  17. Monster
  18. 내 손을 잡아
  19. 나를 찾아줘
  20. 그때의 우리

 

 

, 이렇게 플레이리스트를 선정했으면, 다음 작업은 이제부터 이것들을 하나의 소제목이라고 생각해보는 것이다. 챕터의 시작을 알리는 키워드라고 여겨도 좋다. 이렇게 하면 랜덤으로 만들어진 음악 제목들을 가지고 이야기를 만들어 보는 훈련을 할 수 있다. 창작 연습법 가운데 이질적인 두 단어를 조합하여 자기만의 스토리를 만드는 훈련이 있는데, 이것 역시 그런 훈련법을 확장한 것 중 하나다. 나의 두뇌를 가볍게 만들고, 이야기를 계속해서 고민하고 만들어보는 훈련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가령, 플레이리스트 1번에 있는 나의 머리는 녹색이 이야기의 시작이 될 수 있다.

 

나의 머리는 녹색

여기는 도대체 어디지? 나는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살펴보았다. 나에게 익숙한, 그러니까 내가 알고 있던 내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대신 거울 속에는 오뚝한 콧날에 날렵한 턱선을 가진, 다부진 근육질을 가진 사내가 서 있었다. 게다가 머리카락은 녹색이었다.

 

1번 제목을 가지고 즉흥적으로 스토리를 짧게 만들어 보았다. 물론 지금은 굉장히 짧게 이야기의 앞부분만을 만들었지만, 여기에 뒷이야기를 이어붙이면 하나의 서사 구조가 완성될 것이다. 지금처럼 녹색 머리가 된 주인공을 등장시킨 후, 이곳이 어디이고 왜 주인공의 모습이 그렇게 변화했는지를 보여주는 상황을 펼치면 될 것이다.

이런 식으로 제목을 활용해서 이야기를 만들어 나갈 수 있다. 이 방법은 내가 각 챕터의 스토리를 설계하는 방식이 아닌, 오직 나에게 주어진 제목과 단어 키워드를 토대로 이야기를 생각하는 훈련이다. 촘촘한 설계를 하는 방식은 아니지만, 이전의 자신이라면 떠올릴 수 없는 기발한 발상을 추출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기도 하다. 직접 해보면 알겠지만 생각보다 재미있다. 엉뚱한 단어들이 음악 제목에 있으면 당황스럽지만, 일단 어떤 식으로든 이야기를 한번 만들어보자. 나 역시 계속해서 이야기를 만들어보겠다.

 

I Don’t Lie(거짓말이 아니야)

내가 만난 소녀는 믿을 수 없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당신은 안드레가 선택한 계승자이며 혼란의 세상에서 우리를 구원해 줄 용사라고. 하지만 나는 그녀의 말엔 전혀 관심이 없었다. 정신 나간 소녀가 하는 소리에 일일이 대꾸하기보단, 그저 한 귀로 듣고 다른 한 귀로 흘려보내기만 했다.

대신 내가 관심을 가진 건 단 하나였다. 어떻게 다시 이전의 세상으로 돌아갈 수 있지? 이런 곳에 있다가는 수많은 몬스터들을 만나 개죽음만 당하기 십상이다. 어떻게든 이곳을 빠져나가자.

그런데 그런 나를 바라보며 소녀는 외쳤다. “거짓말 하는 게 아니에요. 저를 믿어주세요!!”

 

역시 간단하게 스토리를 짜 보았다. 어설프지만 익숙한 웹소설의 스토리 형식이 만들어졌다.

음악 제목 중엔 이야기를 만들기엔 어려운 것도 있고, 어떤 제목은 그 자체로 하나의 이미지를 떠올릴 만한 것들도 있다. 그런 키워드를 만나면 쉽게 하나의 챕터를 구성할 수가 있다.

예를 들어 내가 고른 음악 제목 중 악당 퇴치, 몬스터, 못된 놈 등은 쉽게 이미지가 떠오르는 단어들이다. 이 키워드라면 주인공과 적대관계에 있는 흉악한 몬스터나 악당을 등장시킬 수 있다. 최강의 빌런, 세계관 최강자 악당을 만들어내는 것도 가능하다. 반대로 주인공이 몬스터로 변하거나 악당으로 불리는 상황을 만들어보는 것도 가능하다. 재미와 흥미를 유발하는 상황이라면 어떤 식으로든 상상을 해보자.

 

반면 입김과 같은 단어는 조금 애매하다. 입김을 누군가의 충고나 조언, 혹은 정치공작으로 해석해서 스토리를 만들어 볼 수도 있다. 아니면 말 그대로 입김 자체의 원뜻을 살려 이야기를 이어나갈 수도 있다.

 

입김

안광을 빛내는 마녀, 소서러의 입술을 매혹적이었다. 붉은 입술 아래 작게 새겨진 점은 그녀의 모습을 더욱 매혹적으로 만들었다. 새빨간 입술 안 쪽으론 하얀 이가 작게 보였다.

.”

그녀가 작게 신음을 뱉었다고 느낀 순간, 그녀의 입술이 조금 더 벌려져 있었다. 붉은 입술이 더욱 크게 벌어졌다고 생각하는 순간 매서운 바람이 나에게 풍겨왔다. 그녀의 입은 더욱 커졌고, 붉은 입술과는 대조적으로 차가운 입김이 그녀에게서 나왔다. 그것은 푸른 입김이라고 풀린 거대한 눈바람이었다.

 

역시 즉흥적으로 입김이라는 키워드에 살을 붙여 이야기를 만들어 보았다. 지금 나는 하나의 이미지와 장면을 떠올리며 스토리를 만드는 방법을 활용했다. 하지만 내 방식이 정답은 아니다. 장면을 떠올려서 상황을 묘사하는 식으로 스토리를 이어나가도 괜찮지만, 아예 설명식으로 시나리오를 짧게 요약하는 형식으로 이야기를 만들어봐도 괜찮다. 자신의 창작하기 편한 방법으로 활용하면 된다.

 

주어진 상황에서 내가 떠올릴 수 있는 아이디어를 동원하는 것. 재미있는 창작법 중의 하나이니 시도해 봤으면 좋겠다.

 

댓글